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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죽음의 재앙 '앨라배마주'를 가다 <중>

심해 오일 유출이 시작된 지 두달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띠가 확산될수록 주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방제 작업을 지켜보던 킴 레이본씨는 "수 일째 바다에 나와 똑같은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며 "여전히 깊은 바다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름이 멈추길 기도하지만 하얀 백사장의 누런 기름띠는 점점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인 레베카 패럴씨는 "매년 이 맘 때면 밤낮으로 사람들이 해변을 가득 메웠는데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기름만 들어차고 있다"며 "바다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빈 해변이 주는 허무함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름먹은 바닷물이 궁금해 직접 손발을 적셔봤다. 따뜻했다. 바닷물에 적신 손을 코에 갖다대자 역한 기름내가 진동했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강한 냄새 때문에 속까지 울렁거렸다. 마치 주유소에서 기름을 손으로 받아 냄새를 맡고 있다는 착각까지 일었다. 생명의 바다가 거대한 죽음의 기름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해변 입구에 설치된 샤워기를 틀고 손발을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손에 밴 기름내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미끌미끌한 기름기가 손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갑자기 바람이 훅 불어왔다. 바람과 습기에 뒤섞인 매캐한 기름 냄새가 다시 코를 찔렀다. 해변에 나와있던 사람들은 코와 입을 막으며 "역겹다!(Disgusting)"고 소리쳤다. 제임스 프리셰씨는 "바람이 북풍으로 바뀌어 육지쪽으로 불면 온 마을이 기름 냄새로 뒤덮인다"며 "이렇게 검은 바다와 기름내 진동하는 도시를 누가 찾겠냐.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 곳이 잊혀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기 전에는 기름때를 닦는 자원봉사자들로 가득 찬 해변을 상상했다. 적어도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 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 때는 그랬다. 당시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제작업에 동참했다. 그들은 땀과 눈물로 기름때를 닦아 냈다. 그러나 실제 앨라배마주에서 자원봉사를 신청한 사람은 고작 1만여명. 기름 유출의 직접적인 피해지역인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주의 해안선은 770마일(1200km)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3배다. 기름띠를 방어해야 할 해안선에 비해 자원봉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유는 있다. 아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우선 안전 때문이다. 멕시코만 기름 유출 지역은 위험한 해안 습지가 있어 자칫 또 다른 인명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기름띠 제거 작업이 바다에서 이뤄진다. 특수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 BP측은 "오직 바다에서 근무가 익숙한 사람이나 특별한 기름 제거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자원 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선 40시간의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자원봉사 단체인 앨라배마 코스탈 파운데이션의 베타니 크래프트는 "대부분의 자원 봉사 희망자들은 복잡하고 긴 트레이닝을 거쳐야하는 풀 타임 봉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원봉사자가 적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원유유출 사태를 보는 시각이다. 오렌지 비치에서 만난 이 지역 주민은 "BP로 인해 발생한 사태인만큼 BP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BP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며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BP는 방제작업을 위해 돈을 주고 대규모로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BP에 고용된 방제 인원은 7000여명에 달한다. 피해지역 주민이 고용 1순위다. 실업자나 원유유출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주민이 우선적으로 고용되고 있다. 타 지역 주민이 고용되는 경우는 특수 방제 기술자에 한하고 있는데 드물다. 방제작업 타미 프라이스 "습도·무더위·냄새와의 싸움" "날씨와의 싸움입니다." 오렌지 비치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방제작업을 지켜보던 타미 프라이스(35.사진)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 지역 토박이인 그는 관광객을 상대로 낚시와 보트 대여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수입이 없어졌다. 이 후 BP에 고용돼 방제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의 방제 작업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그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바다에 나가 기름띠를 제거하고 있다"며 "바닷가 태생이라 배 위에서 근무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높은 습도와 무더위다. 멕시코만 해안 지역 여름 기온은 화씨 90도를 웃돈다. 여기에 습도가 더해지면 체감 온도는 화씨 110도를 넘어선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찜통이 따로 없다. 살인적인 더위와 습도가 더해진 바다 위에서의 방제 작업은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 바다를 뒤덮은 기름 냄새도 방제 작업의 걸림돌이다. 프라이스는 "파도의 울렁거림과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 실려오는 기름 냄새로 인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동료들도 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다.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면서 작업이 중단되고 폭풍으로 인해 바다의 기름이 육지까지 뒤덮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작업 중 기름에 노출된 피부가 발진을 일으켜 방제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에 따른 고통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앨라배마=곽재민 기자

2010-07-06

헐떡이는 펠리칸의 '검은 눈물'…기름 유출 죽음의 해변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꺄아아아악". 비명소리였다. 그건 분명 공포에 질린 새의 비명소리였다. 루이지애나주 남부 해안 잭슨항. BP사태로 기름을 뒤집어 쓴 새들을 구하기 위한 긴급 조류 재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 안에는 흰 그물망에 덮힌 나무 상자들이 빼곡히 차 있다. 그 속에서 수 백마리의 새들이 공포에 떨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안내를 맡은 국제조류구조 리서치센터(IBRRC) 관계자가 그물망을 걷어냈다. 길고 넙적한 부리가 눈에 들어왔다. 펠리칸이다. 목덜미부터 몸통까지 검은 윤기가 흘렀다. IBRRC의 제이 홀컴 디렉터는 "갈색 펠리칸이다. 하지만 기름을 뒤집어 써 검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다. 큰 소리나 카메라 플래시는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센터에는 450여 마리의 펠리칸을 포함해 총 634마리의 새가 기름 제거를 기다리고 있다. 홀컴 디렉터는 "대부분 루이지애나 연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기름 오염 지역이 확대되면서 앨라배마와 플로리다 지역에서도 기름범벅이 된 펠리칸이 구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에 보호 조류인 펠리칸이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에 말없는 펠리칸이 검은 눈물을 흘리며 인간에 준엄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5

기름유출 죽음의 해변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상>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살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 몸에 이물질이 묻은 펠리칸은 쉼없이 날개를 퍼덕인다. 긴 날개를 쭉 펴 퍼덕 퍼덕을 반복해 이물질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끈적이는 기름은 쉽게 날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펠리칸은 이를 알지 못한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본능에 따라 날개를 퍼덕일 뿐이다. 그렇게 펠리칸은 본능을 따라 날개짓을 하다 지쳐 죽는다. 펠리칸의 먹이도 문제다. 펠리칸은 넓고 깊은 부리에 먹이를 저장한다. 기름에 버무려진 먹이를 자신도 먹고 새끼에게 먹인다. 이렇게 몸 속으로 들어간 기름은 펠리칸의 생식 기능을 마비시킨다. 결국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된다. 설령 알을 낳더라도 부화되지 못한다. 검은 펠리칸을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냈다. 하지만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작은 카메라 화면에 반복돼 비치는 광경에 손이 떨렸다. 참담했다. 펠리칸은 사람 키만한 날개를 쭉 펴고 미친듯이 퍼덕였다. 날개 부리 몸통 모두 기름에 덮여 있다. 2명이 한 조를 이룬 센터 직원들이 달려 들었다. 한 명은 펠리칸의 날개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영문을 모르는 펠리칸은 "꺄아아악 꺄아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한 명이 펠리칸의 몸에 기름제거를 위한 클리너를 들이 부었다. 펠리칸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맞섰다. 펠리칸에게는 또 다른 이물질로 느껴질 뿐이다. 뾰족한 부리 안에 저장된 먹이도 긁어내야 한다. 부리에서 나온 먹이들은 기름에 절여져 있다. 가는 면봉으로 눈 주위를 닦고 몸통도 세세히 닦아야 한다. 바닥으로 시커먼 기름때가 줄줄 흘러내렸다. 홀컴 디렉터는 "30여명의 직원이 교대로 하루종일 작업을 한다. 하지만 하루 닦을 수 있는 새는 30~35마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센터에 들어 온 펠리칸들은 회복이 돼도 문제다. 펠리칸이 돌아갈 수 있는 바다는 아직 검게 물들어 있다. 조류 재활센터 관계자는 "어제는 어미를 잃은 새끼 펠리칸 15마리가 극적으로 구조돼 센터에 왔다. 하지만 회복해도 받아 줄 가족과 바다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펠리칸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 군에 속한다. 천적이 없다. 그러나 해양 오염에는 가장 취약하다. 이 때문에 펠리칸은 바다 오염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지난 1960년대 DDT(살충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DDT로 바다 생태계가 오염되며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후 DDT 사용은 금지됐고 갈색 펠리칸 복원 작업이 이어져왔다. 50여년이 지났다. 또 다시 인간이 부른 자연재앙이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펠리칸 뿐만 아니다. 각종 야생동물들도 기름 오염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멕시코만은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 해양 생물의 보고다. 어류.야생동물 집계 자료에 따르면 원유유출 사고 73일째인 지난 1일 현재 조류 1248마리 바다 거북이 441마리 포유류 5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기름에 노출됐던 조류 881마리 거북이 102마리 포유류 2마리가 구조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양학자들은 기름 피해 지역이 방대해 죽은 동물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은 동물 가운데 다수는 해저로 가라앉거나 다른 해양생물에게 먹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 거북이는 원유유출 최대 피해 동물 중 하나다. 전세계 7종의 바다 거북이 가운데 5종이 멕시코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희귀 바다 거북이인 켐프스 라이들리는 이미 200마리 이상이 죽은 채 발견돼 멸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해양 생물이 기름에 노출돼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해양대기청(NOAA)은 멕시코만에 서식하는 유일한 멸종 위기 해양 포유류인 향유 고래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름 유출 피해 동물 수는 웹사이트(dailydeadbird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류구조센터 제이 홀컴 "수 십년간 복원 노력…멸종위기서 살렸는데" “갈색 펠리칸은 꼭 지켜내야 합니다.” 국제조류구조 리서치센터(IBRRC) 제이 홀컴 디렉터는 긴급 조류 재활센터에서 갈색 펠리칸 보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홀컴 디렉터는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갈색 펠리칸 재활을 위해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루이지애나주까지 왔다. -갈색 펠리칸의 중요성은. “원유유출 사태 전부터 갈색 펠리칸은 수 십년간의 복원 노력 끝에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은 상징적 동물이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 고리인 것이다. 기름을 뒤집어 쓴 끔찍한 모습의 펠리칸이 언론에 보도되며 원유유출 재앙의 심볼이 됐다. 또한 루이지애나주에서 펠리칸은 주기에도 그려져 있는 주조이기도 하다.” - DDT에 이어 또 다시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972년 DDT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 갈색 펠리칸 복원에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기름 유출 사태로 인해 기름 사용이 금지되는 일은 없지 않겠냐. 우선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펠리칸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빨리 갖춰지느냐에 달렸다. 물론 그때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유출 사고 이후 펠리칸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구조된 펠리칸들도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원유유출 지역에 남아있는 새끼 펠리칸들도 위험하다. 정확한 펠리칸 사망 숫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세고 싶지 않다.” -구조된 펠리칸의 재활 과정은. “일단 기름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고 기름때를 벗겨낸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7~10일 정도의 회복 기간동안 지켜본다. 괜찮다고 판단되면 오염 지역이 아닌 곳에 풀어준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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